밤에 면도날을 사러 가게로 향했다.
비가 내린 도로위로
가로등 불빛이 거멓고 희멀건 바람으로
아스팔트 위를
촉촉하게 젖어든다.
싸락눈 몇 송이가 나부낀다.
눈가루는 불안하고
우울하게
바람을 탄다.
나는 기형도
그이가 떠오른다.
자연의 비유에서
자신을 조금이나마
우울하고
아름답게 열어주었던 순수한 청춘!
이런 날에는 왠지
나의 이십대가 떠오른다.
근데 이 바람은 어디서 와서
어디로 가는건지?
이 바람따라 생겨나는 눈들은
겨울의 눈물인가?
내 마음에 박힌
얼음인가?
딸아이의 과자를 담은 비닐봉지를
들고 집으로 향한다.
종종걸음으로...
훨씬 편안한 걸음으로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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